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글의 엔지니어나 나나 똑같이 Agent를 사용하는데, 몸값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Agent가 많은 것을 해주는 시대에 나와 그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좁히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조금 더 솔직하게는, 비전공자가 AI로 ‘딸깍’해서 개발하는 것과 내가 하는 개발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누군가의 전공이나 개발 방식을 평가하려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 질문은 결국 나를 향했다.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지금 하는 일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고민을 GPT에게 털어놓았다. 대화는 커리어 회고에서 시작해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로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Python의 변수와 메모리를 살펴보는 첫 수업까지 갔다.

대화에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문제를 맡겨도 되는가?

물론 연봉 차이를 이 질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회사와 시장, 역할과 경력도 영향을 준다. 다만 내가 앞으로 키워야 할 역량을 생각하는 데는 꽤 쓸 만한 기준이었다.

같은 Agent를 사용해도 누군가는 기능 구현을 요청하고, 누군가는 구현에 앞서 가정을 검증한다. 대안을 비교하고, 실패할 조건을 찾고,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나 역시 Agent에게 많은 일을 맡기고 있지만, 그 결과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는 따로 물어야 했다.

동작하는 코드를 얻었을 때, 나는 다음 질문에도 답할 수 있을까.

  •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가?
  • 더 단순한 방법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 요청이나 데이터가 늘어나면 어디부터 문제가 생기는가?
  • 성능 지표가 좋아졌다면, 실제 사용 경험도 좋아졌는가?
  • 일부 구성 요소가 멈췄을 때 무엇을 보장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니, 앞으로 공부할 방향도 조금 선명해졌다.

새로운 도구를 익히는 것과 함께, 그 도구가 만든 시스템의 동작을 설명할 수 있는 기본기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메모리와 자료구조, 프로세스와 스레드,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분산 시스템과 신뢰성까지.

공부한 내용은 실제 프로젝트에 연결해볼 생각이다. thread, process, async를 배웠다면 같은 작업을 각각 실행해보고 처리량과 메모리 사용량을 비교한다. 캐시를 붙였다면 얼마나 빨라졌는지뿐 아니라 데이터가 오래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도 확인한다. 설계를 바꿨다면 선택한 이유와 포기한 것을 함께 남긴다.

앞으로 블로그에는 이 과정을 세 갈래로 기록하려 한다.

첫째, 내 커리어를 돌아보는 글.
지금까지 어떤 문제를 풀어왔고, 어떤 판단을 했으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정리하려 한다. 당시에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지금 다시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도 써보고 싶다.

둘째, 시스템 기본기를 다시 공부하는 글.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개념부터 시작한다. Python의 변수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리스트는 왜 메모리를 여유 있게 확보하는지, 프로세스를 늘리면 왜 메모리 사용량이 달라지는지. 작은 질문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실제 서비스의 동작까지 연결해보려 한다.

셋째, Agent와 함께 개발하며 판단하고 검증한 기록.
어떤 일을 맡겼고, 어떤 결과가 틀렸으며, 무엇을 확인한 뒤에야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남긴다. 잘된 결과뿐 아니라 실패한 실험과 불필요했던 복잡성도 기록할 생각이다.

대화 중에는 “너랑 같이 공부해서 OpenAI 엔지니어가 되어보자”는 말도 했다. 꽤 큰 목표를 말해놓고 처음 시작한 것은 a = [1, 2, 3]과 b = a의 관계였다.

오히려 그 출발이 마음에 들었다. 큰 시스템을 이해하고 싶다는 목표와, 매일 쓰는 코드 한 줄을 정확히 설명하는 일이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Agent 시대에 개발자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질문을 막연한 불안으로 남겨두지 않고, 공부와 실험으로 옮겨보려 한다.

첫 학습 글은 “Python에서 변수에 값을 넣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고민에서 이어진 첫 회고: 나는 관심이 많은 사람일까, 끝내지 못하는 사람일까